글제목 :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탈석탄’ 목소리 “차기 대통령, 건강 걱정 안 하게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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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시센터 작성일 22-02-10 14:58본문
농민 김영석씨
“석탄재 날려서 집안에 검은 먼지 가득
빨래 널 수 있는 일상 만들어 달라”
“석탄발전소와 함께 자라서 석탄발전소는 당연히 서울에도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어요.”
경남 사천시에 사는 중학생 정해인양(14)의 꿈은 뮤지컬 배우다. 정양은 어릴 적부터 삼천포 화력발전소를 드나드는 “큰 차”들을 보고 자랐다. 어릴 때는 큰 차들이 드나드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의 두려움이 더 커진 것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오염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된 이후였다. 정양은 “당선될 대통령님은 학생들이 건강 걱정을 하지 않고, 꿈과 미래를 위해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탈석탄 연대인 ‘석탄을 넘어서’가 28일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탈석탄’에 대한 염원의 목소리를 담은 서한을 각 대선 캠프에 전달한다. 정양을 포함한 석탄화력발전소 지역 주민 440명은 서한에서 대선 후보에게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즉시 멈추고,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할 것을 목표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민 정보경씨
“발전소 항만 공사로 고기 잘 안 잡혀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는 기분이다”
주민들의 요구와는 달리 석탄화력발전소 지역 주민들이 서한을 전달하는 대선 후보 중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하겠다고 공언한 후보는 심상정 후보뿐이다. 심 후보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종료하고, 신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손실이 있더라도 당장 건설 중단할 것을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도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탈석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시점을 언급한 적은 없다. 윤석열 후보는 탈석탄을 에너지 전환의 기본 축으로 삼겠다면서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취임 이후 탈석탄 시기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멈추는 것은 어렵고, 수명을 다한 화력발전소를 즉각 폐쇄하고, 운영되는 곳에 대해서는 고효율 제로 배기가스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서한에 “평생 짓던 농사를 석탄재로 망치지 않고, 먹고살게 해주던 바다가 폐허가 되지 않는 삶”을 돌려달라고 적었다. 충남 보령에서 농사를 짓는 김영석씨(59)는 “석탄재가 날려서 빨래를 못 널고 집 안에 검은 먼지가 가득히 쌓이는 게 이제는 익숙한 일상”이라며 “주변에 콩 농사를 짓는 이웃들은 석탄재 때문에 콩이 꽃을 안 피워서 열매를 못 맺는다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국내 마지막으로 신규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가 지어지고 있는 강원 삼척에 사는 어민 정보경씨(46)도 “발전소 항만 공사로 고기가 잡히지 않아서 이제는 먼 바다로 나가야만 겨우 잡을 수 있게 됐다”며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피해가 현재 세대를 지나 미래 세대로까지 퍼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느꼈다.
주부 전전옥씨
“아이들 건강 때문에 너무 불안해
발전소 짓지도, 가동 연장도 말아야”
충남 당진에 사는 주부 전전옥씨(40)는 2011년에 당진으로 이사를 한 후 원래 좋지 않았던 호흡기 건강이 더 나빠졌다. 전씨는 “나를 비롯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자녀 건강을 걱정하고 많이 불안해한다”며 “석탄화력발전소를 더는 짓지도, 오래 운전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를 하루빨리 폐쇄하고,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은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어 “기후변화를 심화시킬 온실가스는 (어느 한) 지역이 아닌 전국의 문제가 되고 있으며 더 큰 기후재난을 초래할 것”이라며 “탈석탄의 비전이 없다면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적었다. 서한은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 캠프로 28일 전달된다.